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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집 줄게, 새집 다오!

✍️ 김순원 목사님2026년 7월 19일

#1.

며칠 사이 하늘이 뚫린 듯 큰비가 내렸습니다. 하천마다 세찬 큰물이 흐르고 저지대 주택들이 침수되었다는 재난 문자가 쉴 새 없이 울립니다. 산사태 소식도 들려옵니다. 왕숙천 좌우의 공원마저 성난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거세게 흐르는 물줄기를 보고 있자니, 문득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의 옛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시절 이맘때면 늘 머리 위로 장대비가 쏟아지곤 했습니다. 비가 조금 많이 내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학교 교무실에서 방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명포, 길부, 임실, 오봉, 세제 사는 아이들은 얼른 가방 싸서 집으로 가거라.” 방송에 이름이 불린 동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서둘러 집으로 향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큰비에 동네로 들어가는 다리가 잠겨 고립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동네는 튼튼하고 높은 다리가 놓여 있었기에 아무리 비가 와도 절대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큰비가 올 때마다 먼저 귀가하는 친구들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2.

그런데 딱 한 번, 우리 동네 이름이 교내에 울려 퍼진 적이 있었습니다. “...박곡 애들도 집으로 가거라.” 이게 웬일인가 싶어 신나게 집으로 달려갔는데, 알고 보니 잔머리를 굴린 동네 형이 학교에 “다리가 넘칠 위기이니 아이들을 보내달라”고 거짓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습니다. 마을 입구에 도착해보니 다리는 멀쩡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렇게 딱 한 번 비를 핑계로 일찍 집에 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큰물이 휩쓸고 지나갈 때면 하천에는 나뭇가지, 폐비닐, 농약병, 짝 잃은 고무신, 심지어 아기 돼지까지 온갖 것들이 떠내려갔습니다. 간혹 큰물이 질 때를 틈타 재래식 화장실을 비우는 분들도 있어 늘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며칠간 큰물이 다 쓸고 지나가고 나면 온 동네가 몰라보게 깨끗해졌습니다. 하천에는 유리알 같은 맑은 물이 올랐고, 물줄기가 돌던 자리에는 고운 모래섬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그 깨끗해진 모래톱에서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노래하며 놀았습니다.

#3.

이제 우리 교회 전교인 여름수련회가 다가왔습니다. 이번 3박 4일 동안 우리 마음 밭에도 은혜의 소낙비, 복된 소낙비가 내려 심령을 흠뻑 적셔줄 겁니다. 큰물이 마을의 온갖 쓰레기를 다 쓸어갔듯, 우리 영혼의 찌꺼기들도 이번 은혜의 강물에 모두 떠내려갈 것입니다. 내 인생을 좌절케 했던 부정적인 생각, 분노, 의심, 미움, 불신, 교만, 그리고 음란함 같은 모든 죄악의 쓰레기들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갈 것입니다. 인생을 악취 나게 했던 영혼의 ‘헌 집’을 은혜의 큰물에 다 던져버립시다. 대신 하나님께서 예비해 두신 ‘새집’을 기쁨으로 받읍시다. 은혜의 큰물이 지나고 나면 우리 영혼은 반짝거리는 맑음으로 찬양을 회복할 것입니다. 여름수련회는 이처럼 강수 같은 은혜가 내리는 복된 자리입니다. 이 귀한 은혜를 사모하며, 매일 밤 모여 함께 기도로 준비합시다. 오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