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성도, 행복한 목사
#1.
우리 교회 마당에는 아름다운 소나무 네 그루가 있습니다. 주변 건물에 둘러싸인 삭막한 도심 속에서도, 이 소나무들 덕분에 우리 교회는 늘 아늑하고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냅니다. 지난 2019년 마당을 정비하며 여러 나무를 베어 내야 했을 때, 남겨둔 이 네 그루를 볼 때마다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푸른 소나무는 정기적으로 가지를 쳐주어야 하는 수고가 따릅니다. 사실 그동안 그 궂은일은 엄 집사님이 오랫동안 도맡아 해주셨습니다. 젊은 시절 소나무 전지 일을 하셨던 경험으로 늘 교회를 위해 헌신해 오신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몸도 불편해서 직접 하기가 어려워져, 몇 해 전부터는 전문 업체에 맡기는데, 지난 수요일(24일)에 작업을 했습니다. 엄 집사님은 아침 일찍 오셔서 작업 방향을 꼼꼼히 지시해 주고 출근하셨고, 저녁에는 와서 점검까지 했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마당 구석구석에 떨어진 낙엽들을 깨끗하게 다 치우기도 했습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집사님의 마음은 여전히 청청한 소나무와 같습니다.
#2.
아버지를 닮아 교회를 향한 사랑이 남다른 청년도 있습니다. 바로 준식 군입니다. 얼마 전 준식 군은 본당과 강대상 바닥의 찌든 때와 천장의 묵은 먼지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마침,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며 직접 주선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내일 청소하기로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준식 청년이 이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직장에 휴가까지 내고 온종일 교회를 지키며 동참하겠다고 자원한 것입니다. 젊은 청년이 교회를 내 집처럼 아끼고 살피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 며칠 전 동료 목사님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교회 청년들 자랑을 한참 늘어놓았습니다. 준식 청년을 비롯해 우리 청년들은 교회의 크고 작은 일들을 늘 기쁜 마음으로 짊어지고 가기 때문입니다.
#3.
우리 교회 강단에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납니다. 늘 한결같이 강단을 꽃으로 수놓아 주시는 문 권사님 덕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권사님의 암이 재발해 지지난 월요일에 큰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연약한 몸으로 퇴원하시자마자 교회로 오셔서 다시 강단에 꽃을 꽂으시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권사님은 곧 힘든 항암치료를 앞두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치료받으면 여름 수련회에 참석하지 못할까 봐 일정을 수련회 이후로 미루려 하십니다. 주님을 향한 그 깊은 사명감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다행히 같은 아픔을 극복하신 동기 목사님 사모님이 계셔서 권사님에게 소개해 드렸고, 권사님도 사모님이 했던 치료 방법을 통해 몸이 많이 회복되고 계십니다.
#4.
우리 교회에는 이처럼 보석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는 성도님들이 참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혹은 아픔 속에서도 묵묵히 교회를 세워가시는 귀한 분들과 함께 목회할 수 있어 저는 참 행복합니다. 성도님들이 건강하고 행복해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사도 바울이 빌립보교회를 향해 기쁨과 눈물로 절절한 편지를 썼던 것처럼, 저 역시 우리 교우들을 향한 고마움과 사랑을 가득 담아 이 기쁨의 서신을 보냅니다. 성도 여러분~ 참 고맙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