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흔적을 닦아내는 교회
#1.
우리 교회는 교회 청소와 설거지 당번이 정해져 있습니다. 노약자 외에는 거의 다 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만 되면 교회는 청소하시는 당번 성도들, 꽃을 꽂는 문 권사님, 주방 준비하는 권사님들, 찬양 연습하는 찬양팀, 청년부 제자 모임 준비하는 청년 등 많은 이들로 북적거립니다. 저마다 맡은 역할을 감당하면서 주일 준비하는 우리 교회 토요풍경이 저는 참 좋습니다. 성도들이 밖에서 기쁘게 봉사하는 동안, 저는 주보를 만들고 설교를 준비하며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목양실을 지키곤 합니다. 특히 설교 준비는 목회자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사명이지만, 매주 마주하는 ‘창작의 고통’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성도들의 북적이는 소리에 늘 힘을 얻어 열심히 설교를 작성해 가는 기쁨은 담임 목회자만이 누리는 행복이기도 합니다.
#2.
성도들의 북적인 소리에 힘을 얻지만, 저에게도 남모르는 청소 구역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청소와 설거지 당번에서는 빠졌습니다. 아마 우리 전도사님이 바쁜 저를 배려해서 제외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토요일마다 자주 목양실 뒤쪽을 청소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우리 교회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입니다. 예전에는 박 집사님이 매주 그곳을 청소했지만, 지금은 여건이 되지 않아 저와 홍 권사님이 자주 청소합니다. 매주 토요일쯤 되면 그곳에는 담배꽁초와 담배갑, 마시다 남은 커피 컵 등 온갖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예인교회 사무실’이란 간판이 뒷문 출입문에 붙어져 있음에도 무색하게, 그곳에는 금연 구역을 피해 들어온 이들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담배꽁초를 주차 금지 오뚜기 위에 꽂아 두거나 담벼락 사이에 끼워 넣어두는 그들의 묘기(?)는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흡연하는 그들이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저의 양가감정입니다.
#3.
어제 낮에도 투덜거리는 마음으로 청소하던 중, 마음속에 묵직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교회는 세상이 더럽혀 놓은 곳을 기꺼이 청소하는 곳이다”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빗자루를 들었지만,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생각이었습니다. 성령께서 주신 귀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회는 죄를 씻어내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곳입니다. 세상이 쏟아낸 오물과 죄악의 흔적을 묵묵히 치워내는 것이야말로 성도와 교회의 사명일지 모릅니다. 이 깨달음이 오니 굽혔던 허리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누군가는 그곳에 다시 쓰레기를 버리겠지만, 저는 그 자리를 청소하며 다시금 마음을 새길 것입니다. 세상의 뒷모습까지 닦아내는 것이 진정한 목양임을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