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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아래서 마주한 한국교회의 현실

✍️ 김순원 목사님2026년 9월 20일

#1. 가을볕이 좋은 계절입니다. 높이 떠 있는 뭉게구름과 높푸른 하늘이 참 아름답습니다. 지난 주간에는 한국교회의 여러 교단이 정기총회를 가졌습니다. 우리 교회가 속한 예장합동 총회는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열렸는데, 전국에서 목사님과 장로님 총대 약 1,700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제 친구 목사님들과 동기 목사님들도 총대로 많이 참석했습니다. 이번에 총회장으로 섬기게 되신 목사님은 일전에 저희 모임 공간에도 찾아오셔서 따뜻한 나눔을 가졌던 분입니다. 성품이 참 순수하고 깨끗하셔서 앞으로의 섬김에 기대가 큽니다. 3박 4일 동안 진행된 총회는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되었는데, 저 역시 틈틈이 화면을 지켜보며 교단의 주요 이슈들을 챙겨보았습니다.

#2. 올해 가장 뜨겁게 다루어진 안건 중 하나는 ‘목회자 정년연장’ 문제였습니다. 전국의 여러 노회에서 현행 70세인 정년을 75세로 연장해 달라는 헌의안을 올렸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찬성하는 분들은 대부분 농어촌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이었습니다. 현재 농어촌교회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담임목사님이 은퇴하셔도 후임으로 올 사역자가 없어 교회가 통폐합되거나 문을 닫아야 하는 안타까운 형편입니다. 아직 건강이 허락되고 충분히 목양할 수 있으니, 5년 더 법적으로 연장해 교회를 지키게 해달라는 호소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에서는 꼭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컸습니다.

#3. 하지만 반론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70세 정년도 다른 직업군에 비하면 결코, 짧지 않으며 정년이 연장되면 젊은 목회자들의 사역 기회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또한 연세가 들수록 목회적 역량과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고, 행여 이를 개인의 기득권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사실 이 안건은 매년 총회마다 상정되어 논쟁이 이어져 온 문제입니다. 올해는 전자투표가 진행되었고, 총대들이 고심 끝에 일제히 찬반 버튼을 눌렀습니다. 개표 결과 약 50표 차이로 정년연장 안건은 다시 한번 부결되었습니다. 하지만 표 차이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과거에는 정년연장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고, 오히려 정년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교회를 맡을 목회자는 넘쳐났지만 갈 교회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4.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미자립교회와 농어촌교회는 담임 목회자가 공석인 곳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 동기 목사님 한 분도 이미 70세를 넘기셨지만, 후임자를 찾지 못해 지금까지 강단을 지키고 계십니다. 저 역시 아직 교회를 섬길 날들이 남아있지만, 훗날 제가 은퇴할 즈음의 한국교회는 또 어떤 모습을 마주하고 있을지 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빠른 세월 속에서, 제게 주어진 시간 동안 더욱 충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목양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