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의자, 새로운 은혜의 서사
#1.
우리 교회 본당에는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 온 25개 장의자가 있었습니다. 10자(3M) 크기이니 의자 하나 당 6명이 앉으면 180명이 함께 예배드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몇 번의 예배실 보수 작업과 강대상 공사로 장의자 수도 25개로 줄었습니다. 대신 강단이 넓어져서 다양한 형태로 예배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의자를 좀 바꾸면 좋겠다는 성도들의 요구가 들렸습니다. 의자도 20년 넘는 세월 동안 쿠션도 많이 꺼졌고, 지우기 힘든 찌든 때와 낡은 흔적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2.
그러던 어느 날,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 목사님에게 ‘교회 의자를 바꾸려 하는데 어떤 의자가 좋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자기 교회에 쓰지 않는 장의자가 있다면서 성가대 연습실과 휴게소로 날 안내했습니다. 그 교회는 두 교회가 합병했습니다. 그러니 합병하기 전에 한 교회에서 쓰던 장의자는 교회의 구석구석에 흩어져서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의자 상태가 깨끗했습니다. 앉아보니 쿠션도 푹신했고 편안했습니다. 놀랍게도 흩어져 있던 의자의 수를 세어보니 우리 교회 숫자랑 같은 25개였습니다. 대신 크기는 9자(2.7M)로 약간 짧았습니다. 친구 목사님은 당회를 열어 결정한 후에 기부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당회를 여니 그 교회 장로님들도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7일(금) 이삿짐 업체를 통해 의자를 갖고 와 우리 교회 본당에 배치했습니다.
#3.
새 의자가 들어오기 전날(6일) 그동안 묵묵히 우리 교회 성도들이 예배드릴 수 있도록 받쳐 준 옛 의자를 폐기했습니다. 폐기 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솔직히 폐기 비용과 의자를 가져오는 비용을 합쳐 새 의자를 살면 어떨까 하는 고민도 했습니다. 그러려면 엄청난 물질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폐기 업체를 알아보는 중에 어떤 목사님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되었고, 그 분에게 맡겼습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의자를 모두 분리, 해체해서 1톤 트럭에 실었습니다. 목사님은 의자 나무가 좋아서 그것으로 벤치, 탁자, 침대 등을 만들어 지자체 공원이나 저소득층에 기부한다고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우리 교회 어떤 집사님이 폐기 비용을 헌금해 주셨습니다. 낡은 의자를 보내는 날 마음이 짠했습니다. 비록 낡고 해진 의자였지만, 지난 수많은 날 동안 우리 성도들이 엎드려 눈물로 기도하고, 함께 울고 웃으며 하나님을 찬양하며 예배했던 거룩한 제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의자가 이제는 세상 속에서 또 다른 이웃을 섬기는 따뜻한 쉼터로 쓰임 받게 되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4.
새 의자를 배치하니 본당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습니다. 또한 성도님들도 이전보다는 편안하게 예배드릴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대신 이번에는 중앙 통로를 좁히고 벽 쪽 통로를 넓게 배치했습니다. 그랬더니 공간이 한결 안정감 있고 성도님들의 시선이 강단으로 더 자연스럽게 집중되어 말씀을 전하는 저로서도 큰 은혜를 느낍니다.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예비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우리 성도들과 함께 써 내려갈 새로운 은혜의 서사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