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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깨우는 봄볕

✍️ 김순원 목사님2026년 2월 22일

#1

2월도 어느덧 하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입춘과 우수가 지났지만,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는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봄을 시샘하는 매서운 꽃샘추위가 아 직 남아 있다고 한들, 오는 봄별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습니까?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조금씩 녹아 폭신해지는 것을 보니, 영락없이 봄이 우리 곁으로 벌써 가까이 왔음을 느낍니다. 봄이 오는 이맘때면 저는 어김없이 내 고향 청도의 흙냄새가 코 끝을 스치는 듯하여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지난주 설 연휴였지만 이제 아무도 없는 고향 땅 마저 밟을 일이 없으니 더 그리운가 봅니다.

#2

어린 시절, 봄이 오는 소리는 고향 집 외양간에서부터 들렸습니다. 겨우내 움 츠렸던 우리 집 누렁이도 훈훈한 봄바람이 불면 콧김을 뿜으며 꼬리를 연신 흔들 어냈습니다. 아부지는 소단구지에 챙기와 농기구를 싣고 아지랑이가 가물거리는 블 녘으로 향하셨지요. 큰 못 밑에 '사뭇돌'이라 불렀던 곳에 우리 논이 있었습니다.논에 도착하면 논두렁 양지바른 곳에는 꽁꽁 언 흙을 뚫고 쑥과 냉이가 수줍게 연 녹색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어부이는 굽은 허리로 그 연한 봄나물을 캐어 구수한 된장국을 끓여주셨습니다. 좁고 배고팠던 겨울을 견뎌낸 쌉싸름한 봄나물 향은 움 츠렸던 우리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보약과도 같았습니다.

#3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아무리 매서운 동장군이라도 다가오는 봄 기운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두꺼운 인 땅을 밀어 올리고 피어나는 작고 여린 새순 을 볼 때면 생명의 경이로움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같지 않 을까 생각합니다. 길고 차가운 인생의 겨울을 지나는 동안, 삶의 부게에 짓눌려 마 음마저 꽁꽁 얼어붙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의 근원 되시는 주님의 은혜가 비치면, 굳어졌던 우리 심령도 스르르 녹아내리고 새로운 믿음의 싹을 틔우게 됩니 다. 마침, 지난주부터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며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사 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경건한 성도들은 사순절 동안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싱 합니다. 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으며, 왜 예수님이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못 박 혔는지 깊이 묵상하다 보면 풍성한 은혜가 내면 깊은 곳에 임함을 느낄 것입니다.

우리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생명을 내어주신 주님의 십자가 사랑이야말로, 얼어붙 은 영혼을 깨우는 가장 따뜻한 봄볕입니다.

#4

다가오는 올봄, 우리 예인교회 마당에도, 그리고 사랑하는 성도님들의 가정과 일터에도 따뜻한 형적 봄기운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찬 바람에 상처 입 고 지친 영혼들이 우리 교회에 와서 언 마음을 녹이고, 생명수 같은 말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겨우내 입었던 무거운 영적 내복을 훌훌 벗어 던 지고, 생명력 넘치는 봄의 사람으로 사순절을 지나는 예인 가족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