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 '예배의 기억'
#1.
5월입니다. 어느새 우리 단지 입구는 짙푸른 숲 터널을 이루었고, 조금 늦게 피어난 철쭉들이 지각쟁이처럼 이제야 만발했습니다. 그 빛깔은 어느 해보다 고운데, 한낮의 기온은 봄이 무색하게 30도 가까이 오릅니다. 이 계절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레 가정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까지, 우리 곁의 소중한 이들을 기념하는 날들이 달력 가득 꽃잎처럼 수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2.
오늘은 어린이 주일입니다. 예전에는 이날을 ‘꽃 주일’이라 불렀지요. 그 이름처럼 예쁜 아이들이 교회마다 가득 찼던 시절이었습니다. 동네 애들치고 교회 마당을 한 번쯤 밟아보지 않은 아이들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요즘은 저출산의 여파와 세상의 수많은 볼거리에 밀려 교회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 교회 아이들이 많지는 않지만, 매 주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행복합니다. 특히 부모님 곁에서 어른 예배에 함께 참여하는 모습은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뜻도 채 모르면서 어른 예배 자리에 앉아 있곤 했습니다. 목사님 설교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강단에서 울려 퍼지던 힘 있는 목소리와 경건하게 예배드리는 성도들의 뒷모습, 그리고 가끔 꾸벅꾸벅 조시던 아버지의 옆모습은 지금도 제 신앙의 소중한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3.
다음 주 어버이 주일을 생각하면 또 하나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그 시절 학생들과 청년들은 작은 손으로 정성껏 종이꽃을 접었습니다. 예배당 입구에서 들어오시는 어르신들의 가슴에 서툰 솜씨로 꽃을 달아드리면, 어른들은 고맙다며 우리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비록 작고 투박한 시골교회였지만, 우리는 그렇게 교회 마당에서 뛰어놀고 예배당 안에서 꿈을 키웠습니다. 어른들의 기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란 그 아이들이 오늘날 한국 교회를 든든히 지키는 일꾼이 되었고, 저 또한 그 마당의 은혜를 먹고 자라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4.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습니다. 가정은 하나님이 설계하신 가장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학원으로, 세상으로 바삐 뛰어가는 시대이지만, 우리가 자녀들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은 ‘부모와 함께 예배드린 기억’입니다. 이번 5월에는 자녀들에게 이런저런 잔소리 대신 “네가 있어 참 행복하다”는 축복의 말을, 부모님께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진심 어린 고백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세월이 흘러도 우리 교회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늘 북적이고, 어르신들의 인자한 미소가 머무는 신앙의 보금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이 바로 서야 교회가 바로 설 수 있고, 가정에 웃음이 많아야 교회도 웃음이 많아집니다. 5월의 햇살보다 따스한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예인교회 모든 가족 위에 가득 차고 넘치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