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에 담긴 복음의 언어
#1.
최근 따뜻한 책 한 권을 곁에 두고 읽었습니다. 『오늘도 새벽 출근』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저자는 고신대를 졸업한 변현석 목사입니다. 고향이 저와 같은 청도이지만 개인적으로 아직 만난 적이 없습니다. 다만 페이스북에서 서로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며 조용히 응원하는 사이입니다. 제가 한 10살 정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 성남에서 무료 급식소 ‘사랑마루’를 운영합니다. 또한 주일이면 그 자리에서 ‘샘마루교회’ 공동체로 모여 예배드립니다. 책에는 그가 지난 10년간 거리의 이웃들을 섬기며 겪은 땀방울과 눈물의 사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서 밥을 기다리는 노숙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굴곡진 사연을 안은 자들이지만, 그곳에서는 그 어떤 눈치나 차별을 받지 않고 따뜻한 밥 한 끼로 허기진 배를 채웁니다. 그들을 대하는 변 목사님과 자원봉사자들은 언제나 ‘가장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심지어 배식하면서도 전도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전도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삶으로 하는 것이라 하면서 말입니다.
#2.
변 목사님의 어린 시절은 무척이나 가난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유년 시절 이야기는 재미있고, 우습고 슬펐습니다. 얼마나 가난했으면 그의 기도 제목이 ‘도시에서 살게 해 달라’였습니다. 오늘날 세대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간구겠지만, 그 기도가 기막히게 응답이 되어 그는 스무 살 이후 줄곧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도심 한복판에서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을 섬기며 써 내려간 그의 복지 사역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그의 사역은 단지 가난한 이들의 배를 채우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노숙자들이 머물 작은 방을 구해주는 일, 아픈 이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달리는 일, 마음 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자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일 등 낮은 자들의 온갖 궂은 일들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3.
책을 덮으면서 한참 동안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짓는 일이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밥 한 그릇에는 한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변 목사님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크지 않아도, 누군가의 허기진 배와 지친 영혼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사역이 어쩌면 가장 복음에 가까운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도 오병이어로 오천 명을 먹이셨고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제일 먼저 아침밥을 지어 주셨습니다. 밥 한 그릇에 담긴 사랑, 그것은 복음의 언어였습니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허기진 영혼을 따뜻하게 채워주고 있는지 조용히 돌아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