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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소망으로 빚어낸 노년의 아리아

✍️ 김순원 목사님2026년 4월 19일

#1.

매주 수요일 오전, 나는 ‘제일사랑 노인복지센터’로 향한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나의 소중한 발걸음이다. 그곳에 계신 어르신들과 함께 찬송을 부르고 말씀을 나누기 위해서다. 내게도 그 시간은 참 은혜롭다. 우리가 부르는 찬송은 늘 정해져 있다.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나 가나안 복지 귀한 성에’, ‘내 영혼이 은총 입어’ 같은 곡들이다.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천국을 소망하며, 남은 생을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살겠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전하는 메시지 또한 명료하다. 우리가 죄인이라는 사실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이 주어진다는 것, 그리고 믿는 자에게는 저 찬란한 천국이 예비되어 있다는 복음의 핵심이다. 나는 매번 힘주어 선포한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릴 준비를 합시다.” 예배를 인도하다 보면 어르신들의 표정을 가만히 살피게 된다. 그 얼굴에는 깊게 팬 세월의 흔적과 지나온 날들의 모진 풍파, 그리고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회한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마음이 아릿해지곤 한다.

#2.

지난주 예배는 유독 특별하게 다가왔다. 시편 92편으로 설교를 준비하며 묵상하던 중 두 가지 장면이 선명하게 교차했다. 하나는 어린 시절, 고향 뒷산으로 형과 함께 나무를 하러 갔던 기억이다. 우리 논을 지나 산골로 들어가면 커다란 못이 있고, 그 뒤로 ‘해들깨’라 불리는 높은 산이 있었다. 동쪽에서 해가 뜨면 가장 먼저 볕이 들어와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이면 형과 나는 그 산을 넘어 고사(枯死)한 나무들을 찾아다녔다. 숲이 우거진 탓에 햇빛을 보지 못해 도태된 나무들은 화력이 좋아 군불을 지피기에 제격이었다. 생기를 잃고 널브러져 있던 그 고목들의 쓸쓸한 모습이 떠올랐다. 또 다른 장면은 몇 해 전 양평의 어느 카페 정원에서 본 나무다.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을 견딘 노거수였지만, 앞선 고목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정원사의 세심한 손길 덕분인지 잎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고, 밑동부터 가지 끝까지 기품과 아름다움이 넘쳐흘렀다.

#3.

문득 ‘여호와의 집에 심겨진 나무’, ‘하나님의 뜰 안에서 자라는 나무’를 상상해 보았다. 창조주의 정원에 심겼으니 주님께서 날마다 보살피고 다듬으며 생명수를 공급해 주시지 않겠는가. 복지센터에서 만나는 어르신들 중에도 여호와의 집에 심겨 잎이 청청한 나무처럼, 영혼의 결이 참 고운 분들이 계신다. 굽은 허리와 가느다란 숨결로도 정성껏 찬송을 부르고, 말씀마다 ‘아멘’으로 화답하는 분들이다. 평생을 예배자로 살아온 그분들은 '영혼의 정원사'이신 하나님의 손길 아래 정성껏 가꿔져 왔다. 그렇기에 육신은 쇠하여도 영성만큼은 여전히 청청하게 깨어있는 믿음의 사람이다. 이제는 곁을 떠나 보이지 않는 얼굴들도 스쳐 지나간다. 찬송을 부를 때마다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을 나지막이 요청하시던 한 어르신은 지금쯤 그토록 바라던 주님의 품에 안겨 계실까. 나 또한 소망해본다. 주님의 세밀한 간섭과 보호 아래, 나이가 들어도 빛이 바래지 않고 오히려 깊은 향기를 내뿜는 그런 ‘푸른 나무’ 같은 인생이기를.

천국 소망으로 빚어낸 노년의 아리아 - 예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