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월요일(9일), 참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 사역하시는 동기 목사님들과
철원 횃불 전망대에서 만났기 때문입니다.
넓은 철원 평야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비록 냉기 서린 겨울 평야였지만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철원은 전방임에도 넓은 평야를 가진 덕에 쌀 수확량도
많고 밥맛도 좋은가 봅니다.
모처럼 만난 벗들과 고즈넉한 기와집
식당에서 쌈밥을 먹었습니다.
오랜 벗과 함께 먹는 밥맛은 언제나 일품입니다.
빵빵하게 채워진 배도 소화 시킬 겸 한탄강
얼음길을 1시간가량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걷는 동기들의 뒷모습을 보니 어느새 어깨도 처지고,
걸음걸이도 ‘할배’ 모습이 보입니다.
고단한 목회 여정의 무게가 느껴져 마음이 짠했습니다.
2.
꽁꽁 얼어붙은 강길을 걷다 보니 옛 생각이 났습니다.
변변한 겨울옷도 없던 어린 시절, 우린 거랑(개울) 위에서
‘썰매’란 표준어보다 구전으로 듣고 불렀던 ‘슈게토’를 탔습니다.
슈게토의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슈게토는 날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속도 차이는 엄청났습니다.
주로 굵은 철사를 사용했지만,
가끔 망가진 스케이트 날로 만든
괴물 같은 슈게토를 가진 자가 등장합니다.
그날 그는 모두의 부러움을 사며
왕 대접을 받았습니다.
얼음판 위에서 고참 형이 구멍을 여러 개 뚫고
그 위를 슈게토를 타고 건너게 합니다.
마치 장애물 경기와 비슷합니다.
작은 구멍은 쉽게 건너지만,
큰 구멍은 빠지기 일쑤입니다.
나도 여러 번 빠졌습니다.
문제는 젖은 양말을 말리는 일입니다.
모닥불 곁에 가서 젖은 양말을 신은 채
불 앞으로 발을 뻗지만 이내 양말은
구멍이 나 버립니다.
불에 약한 나일론 양말이기 때문입니다.
한탄강 얼음길을 걸으면서 다들
슈케토 탄 소 시절 이야기로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3.
그날 오신 동료 중에 서울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섬기는 목사님이 계십니다.
목사님도 훌륭하지만, 사모님은 더 멋지고 훌륭합니다.
서울의 해피홈에는 장애인들이 수십 명이 있습니다.
이들은 목사님 부부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면서
평안하고 복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끔 주말에는 연천에 있는 농장에 와서
블루베리, 상추, 고추 등을 직접 키우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 했습니다.
그 농장에는 먹고 쉴 수 있는 아담한 집이 있었는데,
작년 가을에 그만 화재로 모두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상심이 크겠지만 동기회 단톡방에 기도를
부탁하고선 어떻게든 다시 그곳에 집을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요, 참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님 부부에게 놀라운 간증 거리와 함께 정말 좋은 집을 주셨습니다.
눈물 나는 간증이었습니다.
훗날 세상에 그 간증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4.
화재가 난 곳은 산속에 있었고 진입로가 험했습니다.
집도 고추도 굽고, 농산물도 보관할 겸 창고의 기능까지
한 소박한 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하나님이 주신 집은 전원주택입니다.
집 대문까지 도로가 잘 나 있고 집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지어져 있었습니다.
건물 평수만 50평이고, 마당은 양탄자 같은 잔디밭이었습니다.
한쪽 구성엔 단지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잔디밭 아래에는 살구, 매실 등 유실수들이 많았습니다.
집을 파신 분도 어느 교회 목사님이셨습니다.
노후에 지내려고 정성껏 가꾼 집이었는데
그만 질병이 찾아와 장애인 사역하시는
목사님에게 기존 시세보다 싸게 파신 겁니다.
그날 목사님은 새로 산 집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봄이 오면 집은 리모델링 하신다고 했습니다.
정말 넓고 깨끗하고 멋졌습니다.
두 곳을 모두 봤는데, 이번에 하나님이 주신
집이 제 눈에는 100배 더 좋아 보였습니다.
우린 그 집에서 함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목도 했습니다.
시련 뒤에 더 큰 은혜를 예비하신
우리 주님은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