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길들
#1.
본격적인 AI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AI는 많은 일을 단숨에 처리합니다. AI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많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전문직으로 사람들이 선망했던 변호사, 회계사뿐 아니라 통역사, 번역가, 아나운서 등도 위험합니다. 목회자에게 AI는 아주 유능하고 전문성을 갖춘 목회 비서를 여러 명 둔 것과 같습니다. 성경 본문의 원어와 구조분석, 예화 등도 원하는 대로 척척 찾아줍니다. 목회자를 위한 AI 활용법에 대한 강의가 여러 곳에서 진행되기도 합니다. 요즘 선후배 목사님을 만나면 AI가 아주 중요한 대화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제 신지식은 AI를 쓸 줄 아느냐와 모르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그런데요, 이런 AI 시대일수록 땀 흘리며 수고하는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건 디지털의 역설이 낳은 아이러니입니다.
#2.
지난 연말이었습니다. 날씨는 찬바람이 불어 매우 추웠습니다. 나는 두꺼운 외투를 입고 교회에 왔습니다. 교회 안에는 토요일이라 찬양팀과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교회 마당에 차를 세우고 내린 후에 차량 문을 잠그는데 잠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스마트키가 차 안에 있는 겁니다. 차량 문을 열고 키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춥고 손도 얼어 키 찾는 걸 포기하고 교회 안으로 들어와 이 이야기를 청년들에게 했습니다. 그리곤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 주일 준비했습니다. 토요일 저녁은 청년부 만나부에서 준비한 것으로 먹습니다. 근데, 그때 청년 준식이가 내 차 키를 들고 왔습니다. 라이트를 비춰가며 차량 내부를 샅샅이 훑으며 찾아온 겁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순간 깊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준식이는 나의 곤란함을 가슴으로 읽고 자신이 직접 찾았던 겁니다. 준식이의 손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사랑의 손길을 내민 주님의 손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더 따뜻했습니다. AI는 절대로 낼 수 없는 온기입니다.
#3.
어제 오후,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었습니다. 교회 마당에는 큰 낙엽들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추운 날, 민선이 아빠가 식당에서 등을 갈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도와주는 이 없이 혼자서 말입니다. 물론 전기에는 전문가이지만 새 가족인 그가 교회 등을 교환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식당 천장 마감재가 석고보드라 볼트도 견고히 박히지 않습니다. 옆에서 도와드렸습니다. 식당 밖 벽면에 있는 등도 빛이 약해 역시 교환했습니다. 나는 추워서 모자까지 쓰고 사다리를 잡았지만, 민선이 아빠는 사다리 위에 올라 오래된 전선은 자르면서 민첩하게 교환했습니다. 분명 춥고 힘들었을 텐데 민선이 아빠는 옅은 미소와 함께 온화한 얼굴로 척척해 내었습니다. 귀했고 감사했습니다. 민선이 아빠는 기술적으로는 등을 가는 일이었지만, 영적으로는 교회의 어둠을 걷어내고 온기를 더하는 따뜻한 빛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둠 가득한 이 세상에 빛을 비추기 위해서 오신 예수님의 손길을 닮았습니다. AI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준식이와 민선이 아빠! 두 사람의 손길은 오래도록 내 가슴을 따뜻하게 데울 사랑의 군불이 될 겁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데, 헉~~ 청년 정현이가 호떡을 들고 오네요. 따뜻한 손길이 또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