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부르는 찬송
#1.
7월 1일 D6 컨퍼런스가 끝난 오후였습니다. 대구에서 온 친구 목사님이 좋은 뮤지컬 한 편이 있다면서 내 표까지 예매했으니 가자 했습니다. 얼떨결에 공연 장소인 압구정 ‘광야아트센터’에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본 종교개혁 시리즈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마리 뒤랑’의 저항을 다룬 뮤지컬이었습니다. 그녀는 18세기 프랑스에서 카톨릭 신앙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꽁스땅스 돌탑’에 무려 38년을 갇혀 지낸 위그노 여인이었습니다. 19살에 시작된 감옥살이는 57세가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간수들은 날마다 회유했습니다. “가톨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마디만 하시오. 그러면 곧바로 자유를 주겠소.” 그러나 그는 항상 거부하면서 손톱으로 감옥 바닥에 뭔가를 적었습니다. 그건 바로 ‘Resister.’ ‘저항하라.’ 였습니다. 그녀의 저항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마음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결심이었습니다.
#2.
뮤지컬이 끝나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믿음이 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믿음을 확실히 증명해야 하는 것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도리어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 우리의 믿음을 빚어가길 원하십니다. 아침이 오면 다시 하루를 시작하고, 지친 몸으로도 기도의 자리에 앉고,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놓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가장 깊은 저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위그노들은 태중에서부터 시편을 배우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찬송을 불렀다고 합니다. 마리 뒤랑의 생가 벽난로에는 이런 고백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상황 속에서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시다.” 얼마나 아름다운 고백입니까. 찬송은 입술에서만 흘러나오는 노래가 아니라 눈물로 견뎌낸 시간, 끝내 믿음을 놓지 않았던 인내, 절망보다 하나님을 더 크게 바라본 삶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찬송이 된 사람들’이라 불렀습니다.
#3.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돌탑이 있습니다. 쉽게 끝나지 않는 질병일 수도 있고,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관계의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 반복되는 일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외로움일 수도 있습니다. 그 돌탑은 밖에서 보면 평범한 하루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만이 아는 긴 침묵과 씨름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시간을 헛되게 지나가게 하지 않으십니다. 오늘도 조용히 믿음을 붙드는 사람, 눈물 속에서도 감사의 이유를 찾는 사람, 넘어져도 다시 하나님을 바라보는 사람의 삶을 하나님은 가장 아름다운 찬송으로 받아 주십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건 화려한 신앙이 아니라,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그분 곁에 머무는 한 사람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우리의 걸음은 더디고, 때로는 흔들릴지라도, 하나님을 향해 다시 마음을 드는 그 작은 순종이 이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저항일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삶을 돌아보실 하나님께서도 조용히 말씀해 주실 겁니다. “너의 하루가 내게는 한 편의 찬송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