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열려 있는 영혼의 안식처
#1.
나는 경북 청도의 물 맑고 공기 좋은 산골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마을 중앙으로 작은 강이 흐르고, 집집마다 심어진 감나무가 참 아름다운 동네였습니다. 가을이면 붉게 익어가는 감을 바라보며 제 인생의 꿈도 함께 익어갔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딱히 갈 곳이 없던 산골에서, 우리들의 가장 좋은 놀이터는 다름 아닌 ‘교회 마당’이었습니다. 당시 동네에서 가장 넓고 안전한 곳이었기에 아이들은 하교와 동시에 교회 마당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땀을 흘리며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땅따먹기를 하며 놀았습니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놀았는지, 밤이면 과로로 코피를 흘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2.
그 시절 교회에는 일 년에 두 번, 온 동네의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바로 ‘여름성경학교’와 ‘성탄절’이었습니다. 여름이면 도시에서 온 대학생 선생님들이 좋아서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물놀이를 하며 듣던 성경 이야기는 어린 마음에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추운 성탄절이 되면 아이들뿐 아니라 동네 어른들도 모두 교회로 구경을 오셨습니다. 아이들의 서툰 무용과 연극을 보며 박수를 쳤고, 교회에서 나누어주는 간식거리에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우리 마을에는 교회가 두 곳이나 있어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랑을 과분하게 받아 누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교회 마당은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닌, 조건 없는 사랑이 가득했던 ‘영혼의 안식처’였습니다.
#3.
세월이 흘러 세상은 참 많이 변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만큼 즐길 거리가 넘치는 시대가 되었기에, 이제 교회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그 시절의 따뜻했던 교회 마당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오늘은 우리 성도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이웃들을 교회로 초대해 함께 예배를 드리는 날입니다. 오늘 교회를 찾아주신 분들 중에는 어릴 적 교회 마당의 아련한 추억을 가진 분도 계실 것이고, 오랜만에 교회를 다시 찾은 분이나 자녀들의 손에 이끌려 걸음 하신 부모님도 계실 줄 압니다.
#4.
오늘 우리 교회 마당에는 작은 천막들이 세워졌습니다. 성도들이 정성껏 준비한 시원한 마실 거리와 맛있는 간식, 그리고 오후에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내내, 우리 교우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의 문턱을 넘어 마당을 밟으신 모든 분에게, 우리 교회가 마음 한구석에 간직할 수 있는 예쁜 추억을 선사해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메말랐던 일상 위에 위로의 샘물이 흐르고, 인생의 참된 의미와 꿈이 다시금 익어가는 복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귀한 걸음 해주신 한 분 한 분을,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으로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