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
가족은 하나님이 세우신 최초의 공동체이자, 인생의 가장 소중한 울타리다. 또 한 가정은 각 개인의 신앙, 인격, 성품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곳이기도 하 다. 그래서 행복한 삶의 시작도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 지 우리 가족은 전라도 순천과 여수로 겨울 여행을 다녀왔다. 떠나는 날 아침, 하 늘은 잔뜩 흐렸고 진눈깨비는 흩날렸다. 도로는 미리 뿌려 놓은 염화칼슘이 달리는 바퀴에 찧어져 새하얀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덮어져 있었다. 하필 여행길에 강추 위까지 몰려와, 미끄러운 길을 운전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차 안에서 도란 도란 나눈 가족 대화 덕분에 나름 운치를 머금은 여행의 서막이었다.
순천 맛집을 검색해 꼬막 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남해에서 목회하는 오랜 친 구에게 연락했더니 흔쾌히 달려와 주었다. 차려진 전라도 점심은 대단했다. 음식 하나하나가 정갈했고 맛도 기막혔다. 가격도 수도권에 비하면 저렴했다. 우린 함께 점심을 먹고, 뷰 좋은 카페로 이동했다. 대학원생 하은이는 그 곁에서 교수님께 보 고할 과제와 씨름하며 제 몫의 시간을 채웠고, 우리는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 다. 그날 대화의 주제는 10월에 있을 친구 목사님의 큰딸 결혼식이었다. 친구는 내 게 주례를 부탁하며, 예비 사위가 친절하고 따뜻해서 마음에 쏙 들지만, 한편으론 딸을 빼앗기는 것 같아 못내 서운하다는 속내도 비추었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마 음이지만, 나 역시 딸들을 보낼 때가 되면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 공감했다.
친구 목사님 부부와 헤어진 후 한옥으로 된 숙소에 들러 짐을 풀고 순천만 국 가정원으로 갔다. 춥고 날도 이미 어스름해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린 담요까지 몸에 두르고 야간조명이 수놓아진 정원을 거니는데 마치 우리 가족만을 위한 오붓 한 무대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와 국가정원 가까운 곳에서 저녁 을 먹었다. 저녁 역시 최고였다. 역시 전라도 음식이다. 우리 가족은 그 맛에 푹 빠졌다. 숙소에 오니 이불을 깔아놓은 온돌방은 뜨끈했다. 그날 밤, 우리 가족은 옹기종기 모여 바쁜 일상에서 나누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들을 꺼내 놓으며 밤을 지새워갔다. 딸들은 아빠를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엄마는 다정하고 똑똑한 사 람으로 인정해 주었다. 부모로서 이보다 더 큰 보상이 있을까? 딸들의 눈망울 속에 비친 우리 부부의 모습이 결코 완벽해서가 아님을 안다. 다만 부족한 부모의 곁을 사랑으로 채워준 딸들의 마음이 고마워 가슴 한구석이 찡했다. 다음날 이어진 여수 일정 또한 눈부셨다. 돌산 케이블카 안에서 블루투스로 연결해 '신의 악단'에서 나 온 찬양을 들으면서 바라본 석양의 일몰과 여수 밤 바다의 풍경은 황홀 그 자체였 다. 딸들은 다음에는 목포로 가자 한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참 행복했다. 맛난 음 식, 수려한 풍경도 좋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존재를 깊이 긍정하며 나눈 대화의 시간이야말로 우리 영혼을 씻어내는 진정한 쉼이자 안식이었다. 하나 님이 선물로 주신 이 소중한 가족과 함께 남은 삶도 더 따뜻하게 걷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