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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의 길

✍️ 김순원 목사님2026년 5월 31일

#1.

1998년 가을에 대구에서 목사안수를 받았습니다. 그때 내 나이 32세였습니다. ‘목사’란 신분을 가지고 살아온 지도 어느덧 28년째입니다. 지난 세월 돌아보니 목사의 신분이 주는 무게감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목사 초년병일 때는 유능한 목사가 되어 설교도 잘하고 싶었고 교회도 크게 부흥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목회자 세미나도 틈틈이 다녔고, 필요한 배움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나뿐만 아니었습니다. 친구들도, 선후배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목사로 살아온 지난 여정을 돌아보니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습니다. 설교도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교회도 부흥되지 않았습니다. 성도의 면면만 바뀌었지, 부임할 때나 지금이나 예배 인원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제 내 나이 60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직도 목회의 날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예전처럼 거창한 목표는 없습니다. 끝까지 목사다운 품격과 인격으로 교회에 덕을 끼치면서 목양에 힘쓰다가 잘 마무리하는 겁니다.

#2.

최근 주변 동료 목사님들의 이야기가 들립니다. 목사님은 지방의 한 작은 도시에 있는 교회에 30대 중반에 담임목사가 되었습니다. 성실하고 열정이 있었던 그는 오래된 교회 성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갖은 고생을 하면서 큰 교회로 부흥을 시켰습니다. 그가 부임할 때는 시골교회였지만, 주변에 많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지역이 변화되면서 수천 명이 모이는 교회로 부흥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작은 문제가 불씨가 되어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면서 교회는 걷잡을 수 없는 분쟁에 빠졌고, 교인들도 많이 흩어졌습니다. 결국 목사님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목사님은 정년이 5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사임하는 건 그렇다 쳐도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으며 목회한 교회를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게 속상할 것 같습니다. 한 후배 목사님의 사연도 가슴이 아픕니다. 역시 지방 중소도시의 매우 안정된 교회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후배도 불의한 일들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고, 결국 강단에 더 이상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3.

교회는 평안하고, 목양도 순조로운데 이번에는 건강에 이상이 생긴 동료들의 이야기도 들립니다. 수원에 있는 친구 목사님은 선교에 진심입니다. 1년에 여러 번 필리핀에 가서 가난하고 힘든 이들을 섬깁니다. 그런데, 최근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갔더니 암이 발병했고 6월에 수술할 예정이라 합니다. 선배 목사님 한 분과 어저께 통화했습니다. 사모님이 신장암이라고 합니다. 역시 6월에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아픈 분들의 소식을 들으니 저 역시 마음이 무겁고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목회자로 부름을 받고 출발하여 끝까지 건강을 유지하면서 달려가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요즘 참 많이 느낍니다. 더 겸손하게 목양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섬길 교회가 있고 사랑하는 성도님들이 있다는 게 감사함으로 밀려옵니다. “주여, 끝까지 나의 달려갈 길을 잘 달려가도록 도와주소서.”

목양의 길 - 예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