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풍금소리에서 부활의 노래까지
#1.
모태 신앙인인 저에게 음악은 늘 자연스럽게 다가온 과목이었습니다. 교회에 가면 언제나 작은 풍금이 있었고, 그 풍금 소리에 맞춰 찬송을 불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처음 들었던 교회 노래를 잊을 수 없습니다. ♪ 사랑의 하나님, 귀하신 이름은 내 나이 비록 어려도 잘 알 수 있어요. 이 찬송가를 부를 때면 옛 시골교회 주일학교 예배가 떠오릅니다. 자주색 커튼이 드리워진 강단 뒤 벽면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거룩한 느낌을 주었고, 마룻바닥은 걸을 때마다 삐익~ 삐익~ 소리를 냈지만, 그 소리 안에는 오랜 세월 성도들이 무릎 꿇고 기도했던 은혜의 역사가 함축되어 있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 목청껏 찬송을 부르던 주일학교 예배당 안에는 고요하면서도 힘찬 울림이 가득했습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눈망울을 반짝이며, 궤도에 매직으로 쓴 찬송 가사를 보며 따라 부르던 아이들 중에 저도 있었습니다.
#2.
그렇게 자연스럽게 접한 찬송은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 과목을 가장 재미있는 과목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음악 실기 시험으로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가곡을 부르는 시험이 있었습니다. 비교적 쉬운 곡이었지만, 악보를 잘 보지 못하는 친구들이 자주 틀리는 부분을 저는 알고 있어 정확하게 불렀습니다. 음정, 박자, 목소리 등 여러 평가 항목별로 채점한 선생님께서 저에게 만점인 60점을 주셨고, 이후 친 필기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음악에서 ‘수’ 등급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3.
주님을 뜨겁게 만난 후에는 찬송을 부르는 열정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찬송가 외에 부를 복음성가는 많지 않았지만, 시골교회 성도들이 부르기 쉬운 곡들을 모아 작은 찬양 집도 만들었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오선지를 그렸고, 군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며 글씨를 정성껏 썼던 교회 형님이 일일이 가사를 적었습니다. 얼마 전에 소천하신 전용대 목사님이 불렀던 ‘주여, 이 죄인이’는 찬양집에 수록된 곡 중 가장 최신 곡이기도 했습니다. 군에서 제대 후 신학교 3학년으로 복학했을 때, 가장 갖고 싶던 것은 Sony의 워크맨이나 Aiwa의 소형 녹음기였습니다. 당시 돈으로 15만 원 가까이 한 고가였지만 사례비를 모아 구매하여 설교를 녹음했고, 1세대 찬양 사역자들이 부른 찬양을 카세트테이프로 들었습니다. 『찬미 예수』 찬양 집에는 계속 새로운 곡들이 추가되었으며, 이를 통해 한국 교회에 다양한 찬양을 보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4.
지금은 AI가 찬양 가사뿐 아니라 곡과 영상도 만들어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유튜브에는 오케스트라가 부른 찬양, 유명 성악가가 부른 찬양, 대형 교회 성가대 찬양, 외국 교회나 찬양팀들의 곡 등 수많은 찬양 영상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마음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찬양도 많이 듣지 않고 부르지도 않으며, 오히려 볼거리가 너무 많아 심령이 식었습니다. 오늘 부활하신 주님을 기념하는 이 날, 다시 제 식어버린 신앙의 부활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