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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배당금

✍️ 김순원 목사님2026년 3월 1일

#1. 약 한 달 전, 우리 가족은 전라도 순천과 여수로 짧은 겨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순천 ‘낙안읍성’을 둘러보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목사님이었습니다. 장기기증인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 전달식에서 학생들을 위한 강연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락은 했지만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설교라면 평생의 사명이니 기쁨으로 감당하겠지만, ‘강연’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가볍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로 학생들의 시린 마음을 데워줄 수 있을까? 어떻게 그 아픔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여러 날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폭포수 같은 마음을 부어주셨습니다. 위로하러 가는 게 아니라, 같은 아픔을 겪은 선배 ‘도너패밀리(Donor Family)’로서 그저 사랑을 나누면 되겠다는 확신이었습니다.

#2. 지난 23일 오전, 광화문역 부근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제7회 D.F 장학회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장기기증인 자녀 21명에게 총 3,500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되었습니다.

8개 교회와 5개 단체, 그리고 여러 개인 후원자의 정성이 모인 귀한 자리였습니다.

장학생 중 김조엘 군의 사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목사님의 자녀인 조엘 군은 6살이던 2009년,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평소 나눔을 실천하셨던 아버지는 장기기증으로 마지막까지 사랑을 실천하고 떠나셨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어린 나이였음에도, 조엘 군은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항공 분야의 전문가를 꿈꾸며 반듯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그 대견한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3. 장학금 전달 후, ‘내 안에 피는 꽃’이라는 주제로 20분 정도 강연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전달된 장학금은 동정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이 세상에 남긴 사랑의 배당금입니다. 부모님이 뿌린 생명의 씨앗이 여러분의 삶에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는 세상의 응원이자 감사의 표현입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이 남기고 간 생명을 이은 남은 자들이 보내는 존경 표시입니다. 또한 여러분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의 박수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훗날 부모님을 다시 만났을 때 들려줄 ‘나의 멋진 서사’를 지금부터 준비하십시오. ‘당신 덕분에 내가 이렇게 멋지게 공부했고,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왔노라고’ 당당하게 말할 스토리를 만드십시오.”

기증한 부모를 잃은 자녀와 기증한 자녀를 잃은 부모로 만났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아픔은 하나였습니다.

#4.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 광화문 빌딩 숲 사이로 부는 바람은 어느새 봄기운을 담아 훈훈했고, 제 마음도 덩달아 따뜻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랑의 배당금을 전하러 갔다가, 오히려 제가 딸 하람이가 남기고 간 사랑의 배당금을 듬뿍 받고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 영원히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 속에서 따뜻한 온기로 계속 흐를 수 있다면 그보다 멋진 마무리가 있을까요.

사랑의 배당금 - 예인교회